계산의 천재 폰 노이만 | 20세기를 정의한 미래에서 온 남자

20세기의 중요한 순간마다 마치 포레스트 검프처럼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천재가 있습니다.

군집론, 원자폭탄 설계, 게임이론, 컴퓨터 구조 확립, 인공지능과 생명체 본질 탐구까지...

이 모든 혁신의 중심에는 존 폰 노이만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현시대를 정의하는 컴퓨터, 게임이론, DNA 구조와 같은 공학의 정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언제나 ‘폰 노이만’이라는 이름과 마주하게 됩니다.

계산의 천재 폰 노이만

계산의 천재 폰 노이만이 일생을 통해 추구했던 것은 단순히 수학이나 원자탄 제조가 아니라 ‘계산 가능성‘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주어진 문제를 수학이라는 언어로 치환해 계산해냈습니다.

게임이론도 본래 계산할 수 없다고 여겨지던 영역이나 계산 방법이 존재할지 의심스러운 영역계산 가능한 세계로 끌어들인 결과물이었습니다.

원자탄 개발에서도 그의 계산 능력은 빛을 발했습니다.

어떻게 폭발을 일으켜야 연쇄반응이 성립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확률이라는 영역으로 끌어들여 계산했습니다.

당시의 기술로는 폭발력 공식을 한 번에 풀려면 수천 년이 걸리는 계산이었지만, 폰 노이만은 경우의 수를 하나씩 대입해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이것이 현대 시뮬레이션의 시초이자 ‘몬테카를로 방법’이 발명된 배경이었습니다.

계산 가능한 구체적인 영역부터 하나씩 계산해 무작위적인 변수를 하나씩 계산해본 것입니다.

이러한 계산 방식은 컴퓨터의 구조에 대한 영감으로 이어졌고, 나아가 인간의 지능도 단순한 계산의 연속이거나 복잡한 조합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계산 가능성이 성립하는가?‘로 바꾸어 생각한 것입니다.

그 후 70년 동안 컴퓨터 성능과 사상의 발전을 거쳐, 오늘날에는 행렬 계산으로 인간의 언어와 생각을 모사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챗GPT에게 “요즘 최신 음악 트렌드를 알려줘”라고 질문하면 행렬 계산으로 치환되어 최적해를 도출하고 다시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인공 생명체에 대한 통찰

게임이론과 원자탄의 계산 가능성을 넘어 인공지능까지 탐구한 폰 노이만은 자연스럽게 ‘인공 생명체’라는 질문에도 도달했습니다.

이 개념을 사유하기 위해 그는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형이상학적 질문과 ‘자기 복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라는 의문에 도전했습니다.

언어의 사유조차 계산 가능한 구조로 본 폰 노이만은 수학적으로 복제 가능한 구조를 증명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구조는 현대의 DNA 구조와 일치했습니다.

그리고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 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의 보편적 정의를 따른다면 이 구조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이 계산 가능한 구조 안에 있으며 언어와 지능, 그리고 수학이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계산의 천재 폰 노이만
계산의 천재 폰 노이만

천재 중의 천재, 그의 생애

폰 노이만은 이미 8세 때 미적분을 이해했고, 고전 그리스어와 라틴어는 물론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를 사용할 줄 알았습니다.

독해력과 암기력이 뛰어나 아버지가 아들만의 개인 도서관을 집안에 만들어줄 정도였습니다.

현대 사회는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계산의 천재인 그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원자탄을 설계하고 컴퓨터를 발명하며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DNA 구조를 구상했습니다.

게임이론을 창안해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에도 영감을 주었고, 수학 분야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가 종사했던 분야들은 당시로서는 최고 수준의 군사 기밀이었기에 그의 공헌은 지금에서야 제대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이 상대성 이론보다 인류의 삶을 더 크게 변화시켰듯이, 폰 노이만이 기여한 원자폭탄, 컴퓨터, 인공지능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합니다.

계산의 천재의 마지막 선택

죽음을 앞두고 그는 프랑스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이 제시한 네 가지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는 일명 ‘파스칼의 기독교 변증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 신이 존재하지 않지만, 신을 믿은 상태에서 죽는다면 손해 볼 것이 없다.
  2. 신이 존재하는데, 신을 믿고 죽는다면 영원한 행복을 얻게 된다.
  3. 신이 존재하지 않는데, 신을 믿지 않고 죽는다면 얻을 것이 없다.
  4. 신이 존재하는데, 신을 믿지 않고 죽는다면 영원한 지옥으로 떨어진다.

수학자답게 폰 노이만은 이 논리를 분석한 결과, 신을 믿는 것이 가장 손해를 보지 않는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해 가톨릭을 믿기로 결정했습니다.

계산의 천재 폰 노이만의 이러한 선택은 주변의 많은 과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기독교를 믿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계산 가능성을 극한까지 밀어붙였던 20세기 최고의 천재 중 한 명, 폰 노이만.

그의 사상과 업적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생명과학의 기반이 되어 여전히 우리 삶 속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