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 추리소설의 여왕의 창작 세계

셜록 홈즈가 아서 코난 도일의 대표작이라면, 애거사 크리스티에게는 ‘제인 마플’이 있습니다.

어릴 적 셜록 홈즈에 푹 빠졌던 크리스티는 자신이 ‘추리소설의 여왕’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

1890년 부유한 가정의 막내로 태어난 애거사 크리스티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문학에 몰두했습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공상을 좋아해 종종 넋을 잃고 엉뚱한 상상에 빠지곤 했습니다.

그녀가 추리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의외로 언니와의 대화에서 비롯됐습니다.

언니가 추리소설을 쓰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하자 애거사는 언젠가 꼭 추리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후 1914년 첫 남편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동안, 그녀는 간호사로 자원해 병원에서 근무했습니다.

병원 조제실에서 혼자 있을 때면 “누가 독살당할까? 언제, 어디서, 누구를 독살하지?”와 같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고, 이 경험은 그녀가 본격적으로 추리소설을 쓰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녀가 작품에서 자유자재로 각종 독극물을 소재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때의 경험 덕분이었습니다.

독창적인 탐정 캐릭터의 탄생

자신만의 탐정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애거사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녀는 셜록 홈즈와는 다른, 자신만의 독창적인 탐정을 창조하길 원했습니다.

“책에서 보고 찬양하게 된 유일한 탐정은 셜록 홈즈였지만, 그와는 감히 경쟁할 엄두도 낼 수 없었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고민 끝에 당시 그녀의 근처에서 살고 있던 벨기에 난민들에게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은퇴한 경찰, 너무 젊지 않은 탐정’이라는 콘셉트로 푸아로를 창조했죠.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너저분한 침실을 치우다가 ‘탐정만큼은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의 ‘푸아로’가 탄생했습니다.

글쓰기 여정과 개인적 시련

1920년 첫 작품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이 우여곡절 끝에 출간되면서 애거사 크리스티는 작가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과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죠.

특히 1926년 12월, 첫 남편의 외도로 큰 충격을 받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열흘이 넘도록 실종된 사건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당사자도 이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죠.

하지만 이러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첫 남편의 외도가 그녀를 전업 작가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그 전까지 글은 전업주부였던 그녀의 취미 정도였지만, 이후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에 몰두하게 됐습니다.

자서전에서 그녀는 “때로는 나락으로 떨어진 듯 절망하고, 날카로운 비참함에 온몸이 꿰이고, 슬픔에 몸서리를 치기도 했지만 ‘살아 있다’는 것은 위대한 것임을 여전히 확신한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이후 그녀는 두 번째 결혼을 통해 고고학자인 남편을 만나 고고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이 또한 그녀의 작품 세계에 새로운 색채를 더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

지금까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40억부가 넘게 팔렸으며, 이 기록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성경 다음입니다.

유네스코의 ‘번역 인덱스’에 따르면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개인 작가이기도 합니다.

특히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작가 자신이 최고의 성공작이라고 자평한 작품입니다.

“요즘은 추리소설에서 누구나 다 범인이 될 수 있어. 심지어 탐정까지도”라는 형부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썼다고 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

애거사 크리스티의 창작 비결

그녀의 추리소설이 이토록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비결은 그녀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 몰두했다는 점입니다.

어릴 적부터 셜록 홈즈의 책을 가장 좋아해서 홈즈 시리즈를 읽고 또 읽으며 언젠가는 자신도 그런 추리소설을 쓸 것이라 막연히 마음먹은 일이 현실이 된 것이죠.

또한 그녀는 철저한 글쓰기 습관을 가졌습니다.

책을 몇 달 안에 쓰고 한 달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작업했으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며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도덕성, 정의, 그리고 악의 본질을 탐구하며, 당시의 사회적 규범과 계급 구조를 생생하게 반영했습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에는 사람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남녀의 차이, 신분의 차이, 섬세한 심리 묘사는 그녀의 자서전에도 잘 드러납니다.

이모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질투와 경쟁, 남녀 사이의 미묘한 밀당,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의 알력 등을 그린 묘사에서도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소설의 시작부터 범인과 범죄의 동기를 문장 속에 교묘하게 숨겨놓는 그녀의 기법은 독자들을 매번 놀라게 합니다.

독자들은 이 숨바꼭질에서 매번 뒤통수를 맞으면서도, 그 반전의 스릴 때문에 그녀의 작품을 다시 찾게 됩니다.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을 때 그녀는 이미 나이가 많아 1차 대전 때와는 달리 직접 봉사를 하지 못했지만, 대신 집필에 더욱 집중했습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꼭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가 일생을 추리소설의 여왕 자리를 지킨 비결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호기심을 접목시켰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벌어져도, 남편이 그녀 곁을 떠나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본인의 자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스스로의 세상을 만들어간 그녀는 “인생은 기쁨과 희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끊임없이 호기심 넘치는 작품을 쓸 수 있었고,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영원한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