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할 수 없는 암흑 물질의 비밀

우주를 바라보면 수많은 별과 은하가 빛나고 있지만, 놀랍게도 이렇게 눈에 보이는 천체들은 우주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과학자들은 우리 우주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한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물질은 어떤 종류의 전자기파도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천체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물질은 우주에 확실히 존재하며, 총 질량이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의 약 5배나 된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을 ‘암흑 물질’이라고 부릅니다.

우주의 미스터리를 풀다: 관측할 수 없는 암흑 물질의 비밀

암흑 물질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아낸 사람은 1930년대 스위스의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입니다.

그는 지구에서 약 3.2억 광년 떨어진 머리털자리 은하단의 질량을 두 가지 방법으로 측정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은하단에 속한 각 은하의 운동 속도를 관측하는 것이었습니다.

은하단 전체의 질량이 만드는 중력은 은하단 안의 은하들을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은하의 움직임이 빠를수록 은하를 잡아당기는 중력도 커져야 은하가 은하단 밖으로 날아가지 않고 은하단이 유지됩니다.

따라서 각 은하의 운동 속도를 측정하면 간접적으로 은하단 전체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역학 질량’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은하단에 있는 은하들의 밝기를 이용해 질량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태양과 같은 일반적인 별인 주계열성에서는 밝은 별일수록 질량이 큽니다.

은하는 별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별의 밝기를 이용하면 은하가 모여 있는 은하단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광도 질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츠비키가 계산한 머리털자리 은하단의 역학 질량은 광도 질량보다 무려 400배나 무거웠습니다.

역학 질량은 은하들을 은하단에 잡아두는 데 필요한 중력을 통해 구했는데요.

만약 역학 질량보다 훨씬 작은 광학 질량을 은하단의 질량으로 선택한다면, 은하들이 은하단 밖으로 날아가야 한다는 모순이 생깁니다.

이에 그는 머리털자리 은하단이 눈에 보이는 별의 밝기로 구한 질량보다 더 많은 질량을 갖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질량이 은하단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물질, 즉 암흑 물질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암흑 물질
암흑 물질

베라 루빈의 놀라운 발견

1970년대에 미국 천문학자 베라 루빈은 또 다른 중대한 발견을 했습니다.

그녀는 지구에서 약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 안의 별들의 공전 속도를 측정하다가 암흑 물질의 존재를 암시하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은하를 이루는 별들은 행성들이 별을 중심으로 공전하듯 은하 중심을 도는 공전을 합니다.

루빈은 은하 중심에서 가까운 곳을 도는 별과 먼 곳을 도는 별의 속도를 조사했는데, 놀랍게도 은하 중심으로부터 거리와 상관없이 별의 공전 속도는 거의 같았습니다.

이는 그녀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태양계에서는 태양에 가까운 행성일수록 공전 속도가 빠릅니다.

태양계에서 질량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은 중심인 태양이므로, 태양의 중력이 행성을 잡아당깁니다.

행성에 작용하는 태양 중력의 크기는 태양으로부터 가까울수록 크고, 행성의 원심력은 태양 주위를 도는 속도가 빠를수록 커집니다.

따라서 태양에 가까운 행성일수록 공전 속도가 빠릅니다.

안드로메다은하에서도 가장 많은 질량이 은하 중심에 모여 있어, 별들이 공전할 때 은하 중심에 가까울수록 별의 공전 속도가 빨라야 합니다.

그런데 의외의 관측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다른 은하들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습니다.

루빈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암흑 물질이 은하 전체에 퍼져서 별에 중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생각대로라면 은하 중심에서 멀리 있는 별일수록 자기 안쪽에서 중력을 미치는 암흑 물질의 총량이 많아집니다.

따라서 은하 중심에서 먼 별에도 큰 중력이 작용하게 되고, 이것이 은하 중심과 거리에 상관없이 별의 공전 속도가 거의 같아지는 현상을 설명해줍니다.

암흑 물질 암흑에너지
암흑 물질 암흑에너지

중력 렌즈 효과로 확인하는 암흑 물질

암흑 물질의 존재는 중력 렌즈 효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질량이 큰 천체는 중력 때문에 렌즈처럼 빛을 휘어가게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은하 뒤에 숨은 별이나 은하의 상을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을 중력 렌즈 효과라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은하의 중력 렌즈 효과가 관측된 것만큼 나타나려면 은하의 가시적 질량보다 훨씬 많은 질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사실을 통해 다시 한번 암흑 물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암흑 물질의 정체는 무엇일까?

현재까지 알려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암흑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이 아닙니다.

또한, 다른 물질과 거의 부딪치는 일 없이 빠져나가는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물질로 중성미자라는 소립자가 있습니다.

중성미자는 매우 작은 소립자이기 때문에 원자 내부에 있는 빈 공간을 자유롭게 지나갈 수 있고, 전기를 띠지 않으므로 원자나 전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암흑 물질은 속도가 느린 입자로 구성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반면, 중성미자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매우 빠른 소립자입니다.

게다가 중성미자는 우주 전체에서 차지한 총 질량이 암흑 물질의 총 질량의 15분의 1 이하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중성미자는 암흑 물질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암흑 물질은 어떤 종류의 전자기파도 방출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암흑 물질이 무거운 입자이면서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입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입자를 과학자들은 윔프(WIMP, 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라고 부릅니다.

아직 이런 입자의 존재를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 많은 과학자가 윔프 입자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언젠가는 암흑 물질의 정체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차이

암흑 물질과 함께 우주에서 가장 신비로운 존재로 꼽히는 것이 바로 ‘암흑 에너지’입니다.

이 둘은 모두 우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특성이나 존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아직 부족합니다.

암흑 물질이 물리적인 물질이라면, 암흑 에너지는 물질이 아닌 에너지입니다.

암흑 물질은 중력을 통해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지만 전기적 상호작용이나 자기적 상호작용은 하지 않습니다.

반면, 암흑 에너지는 우주 팽창을 가속화시키는 동적 성질을 가진 에너지로, 공간 자체에 존재하며 중력과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해 우주 팽창을 가속화합니다.

암흑 물질은 은하와 은하단의 형성과 진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우주의 구조가 형성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한편, 암흑 에너지는 우주 팽창의 가속화를 설명하는 요소로, 우주가 무한히 팽창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암흑 물질은 우주에서 약 27%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연구자들은 WIMP와 같은 입자들을 암흑 물질의 후보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CERN의 LHC(대형강입자충돌기)와 같은 실험에서 암흑 물질 입자를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관측 망원경을 통해 암흑 물질의 존재를 더욱 정밀하게 탐지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암흑 물질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도 존재하고, 우리 몸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물질을 빠져나갑니다.

이처럼 신비로운 암흑 물질의 비밀이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하나씩 밝혀지길 기대해 봅니다.